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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와 너트가 해결되어야 비로소 견사를 지을 수 있다

홍난영
홍난영
- 5분 걸림 -

유기견 보호소, 한림쉼터의 주변엔 태양광들이 설치되어 있다. 태양광 설치물들과 한림쉼터의 땅을 구분짓기 위해 태양광 업체에서는 펜스를 설치했다. 덕분에 한림쉼터는 땅의 경계에 따라 펜스가 쭉~ 쳐져있다.

또 하나의 사실. 한림쉼터의 견사들은 봉사자분들이 지어주신 것들이다. 아마도 업체에서 일괄적으로 짓진 않았을 것이다. 봉사자분들도 1명의 주도하에 지어졌다기 보다는 그때 그때 필요할 때마다 각기 다른 봉사자분들이 견사를 지었다. 최근 견사는 '스트롱독'이라는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간식 먹는 뽀이와 스트롱독으로 지어진 견사들, 그리고 태양광 업체가 설치한 초록 펜스들

문제는 각기 다른 봉사자분들이 견사를 짓다보니 생각하는 바도 서로 달라 어떤 분은 사방을 스트롱독으로 만들었지만 어떤 분은 태양광 업체가 설치한 펜스를 한쪽 면으로 활용해서 지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만약 태양광 업체에서 설치한 펜스가 망가지기라고 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그렇게 지어진 견사는 보수를 해야했다.

이야기가 길었지만 우리가 해결해야할 것은 태양광 업체에서 설치한 펜스를 한 쪽면으로 사용하고 있는 견사를 독립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견사 보수작업을 하려고 보니 볼트와 너트가 없다. 있어도 녹슬어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제주는 참... 습한 지역이다보니 잘 녹슨다.

이제, 스트롱독에 맞는 볼트를 찾아야 한다. 김호정은 샘플을 들고 쉼터 근처의 건재상을 찾았다. 그랬더니 한림항 근처의 볼트전문점이 있다며 소개해주셨다.

우리는 한림항으로 가야했다. 볼트 전문점은 또 처음이다. 세상엔 신비로운 것들이 참 많다. 내가 알지 못했을 뿐 그것은 오래도록 존재하고 있었던 것들. 나의 세계는 얼마나 좁았던가.

김호정은 들어온 볼트 샘플을 보여드리며 최대한 비슷한 것을 찾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사장님께서는 적합한 것을 찾아주셨고 우리는 볼트와 너트를 구입했다.

한림항의 모습

쉼터로 다시 돌아온 우리는 견사 한쪽을 스트롱독으로 막고, 덕분에 좁아진 견사를 늘리기 위해 옆 견사를 조금 줄여 이동시켰다.

태양광 업체의 펜스와 떨어진 모습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선 선행되어야할 것들이 있다. 견사를 보수하려면 볼트와 너트부터 필요하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그게 없으면 견사를 보수하지 못하고, 또 새로 짓지도 못한다.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눈 앞의 문제 밑에는 안 보이는 것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시간은 걸리지만 정성을 들여 해결해나가면 나중엔 쉼터 전체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견사를 보수한 후 집의 주인(?)인 여우를 불렀다. 조금 변한 것이 낯설었는지 자기 집 문 앞에서 빼꼼이~ 쳐다본다. ^^

비록 반려견처럼 집에서 생활하는 건 아니지만 본인의 집은 소중할 거다. 밥 먹고, 잠 잘 수 있는 공간. 사람 집만큼 쾌적하진 않더라도 여우에겐 소중할 것이다. 그런 집을 우리 맘대로 고쳐서 미안하지만...

여우 니가 좀 이해해주라. 그래도 부르니 응해줘서 고마워. 여우, 좋은 꿈 꾸며 잘 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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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쉼터

홍난영

동물보호단체 '(사)제제프렌즈' 대표입니다. 제주 한림쉼터(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