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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들의 역사도 소중하다

홍난영
홍난영
- 4분 걸림 -

한림쉼터 리더를 맡고, 우리는 한림쉼터 소장님께 어떠한 것도 인수·인계받지 못했다. 아이들의 이름조차도.

이름이라는 거, 참 중요하다. 이 녀석과 저 녀석을 구분할 수 있는 상징적인 체계가 바로 이름이다. 이름이 있어야만 각각을 구분할 수 있고 그 녀석이 눈앞에 없어도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소통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름은 꼭 필요하다.

혹자는 그깟 강아지 이름, 모르면 다시 지으면 되지, 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불렸던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왜? 그 이름이 녀석을 설명해 주니까. 누군가 그 녀석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녀석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소장님이 돌아가시고서는 이름들이 묻혀버렸다. 우리는 오랜 기간 봉사를 했던 봉사자분께 묻고 물어 최대한 아이들의 이름을 찾아내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름을 모르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한림쉼터 견사에 붙어있는 프로필들

한림쉼터는 몇 년 전에 2016년에 개설한 네이버 밴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이름을 정리하고서는 이 밴드에서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누리, 땡이, 호동이... 검색하니 예전에 봉사자분들이, 또 소장님이 올려놓은 글들이 나왔다. 그 글을 보다 보면 누가 중성화를 했는지, 누가 과거에 아팠었는지, 또 누가 언제 태어났었는지, 어떤 사연으로 구조가 됐는지를 알 수 있었다. 발견할 때마다 보물을 찾는 듯했고 조각들을 모아 정리해 두었다.

물론 검색이 안 되는 애들이 더 많다. 밴드 활동이 뜸해졌을 때 구조되어 보호된 아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지만 그런 애들은 과거보다는 현재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기록은 정말 중요하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에겐 소중하다. 지금 보호하고 있는 녀석들의 꼬물이 시절을 발견할 때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번진다. 그 작던 게 이렇게 컸구나.

그런 의미에서 한림쉼터 네이버 밴드는 한림쉼터의 아카이브다. 물론 들쑥날쑥 정리가 안된 아카이브이지만 덕분에 이런저런 정보를 캐내고 있다. 오늘도 오전 내내 아카이브를 쳐다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정보를 캐내어 우리만의 아카이브에 올려둔다.

기록은 미래가 불확실하기에 해두는 것이다. 한낱 유기견들 정보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하지 마시라. 그 아이에겐 소중한 삶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과거가 발견될 때마다 업데이트하고 있고, 현재를 또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들의 인생 조각들을 보시려면 http://jeje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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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쉼터

홍난영

동물보호단체 '(사)제제프렌즈' 대표입니다. 제주 한림쉼터(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