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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이는 지금 조금 더 행복할까?

홍난영
홍난영
- 7분 걸림 -

뽀이는 아마도... 6~7살은 됐을 것이다. 우리가 2019년에 갔을 때도 이미 성견이었고 우리보다 더 일찍 쉼터에 봉사를 다녔던 공동리더 서연님도 2018년에 뽀이를 봤는데 성견이었다고 한다.

뽀이는 포인터다. 뒷다리에 장애가 있어 선천성인 줄 알았는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언젠가 다리가 부러졌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삐딱하게 붙어 지금 상태가 된 것 같다고 한다.

제주엔 버려지는 사냥개들도 많다. 사냥개로 ‘사용’하기 위해 번식을 했는데 녀석이 사냥개 기질이 없으면 버리는 거다. 품종이 사냥개일지언정 인간의 사냥에 충실하지 못한 애들도 있지 않겠는가. 아마도 뽀이는 부상을 입고 버려진 것이 아닐까?

우리가 처음 뽀이를 만났을 때 밍키라는 녀석과 같은 견사를 쓰고 있었다. 밍키도 포인터였다. 그 둘은 포인터인 만큼 매우 활발했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격한 몸짓으로 발 도장을 찍어댔다.문제는 그 둘, 모두 설사를 계속해 왔다는 거다. 설사를 하고, 그 설사를 뛰어다니며 밟고, 그 밟은 발로 발 도장을 찍어대니 그들의 견사에 들어가는 게 꺼려지는 게 사실이었다.

설사를 오래 해왔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제주대 수의학과 학생들이 이런저런 검사를 했는데도 별다른 게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왜 그럴까, 의문을 들었지만, 한동안 한림쉼터 정비를 하느라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러던 겨울의 어느 날, 밍키가 갑자기 별이 되었다. 같은 견사를 쓰던 뽀이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침에 봉사자에 의해 발견된 밍키는 바로 장례를 치러줬고 뽀이는 바로 병원에 데려가게 되었다. 그때 여러 가지 검사를 하면서 엑스레이도 찍어봤던 거다. 격렬한 몸짓의 상징이었던 뽀이는 의외로 차분하게 검사를 받았다. 누워서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도 의연했다. 뽀이의 다른 모습을 보고 놀랐었다.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는 뽀이

쉼터에서의 모습만 그 녀석의 전부가 아니었다. 실제로 쉼터에서는 늘 사람을 피해 다니던 애가 입양되고 집 안 생활을 하면서 애교도 부리고 투정도 부리는 것을 봤다. 사람도 환경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던가. 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두루두루 다양한 환경에서 아이를 체크해 보는 것이 좋겠다. 물론 보호하고 있는 애들이 많다보니 하나하나 그럴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

어쨌든 뽀이는 약을 먹고 설사가 바로 멈췄다. 이렇게 금방 멈출 수 있는 것을 몇 년을 방치했던걸까. 너무 미안했다. 해야 할 일은 또 있었다. 병원에선 장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처방 사료를 먹어보자고 했다. 만약 처방 사료를 끊었을 때 설사가 시작되다면 평생 처방 사료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 처방 사료가 엄청 비싸다는 거였다. 이 부분은 ‘뽀이의 설사 탈출기’에서 따로 이야기를 더 하겠다.

뽀이의 설사 탈출기
앞서 이야기했듯 뽀이는 약 처방과 함께 처방식 사료를 먹게 되었다. 그런데 이 처방식 사료라는 게 2kg에 4~5만 원씩 한다는 거다. 쉼터 애들은 15kg에 2~3만 원짜리 사료를 먹는다. 하지만 한 달에 120마리가 1톤가량 먹기에 고급 사료도 아니지만 매월 200여만 원의 사료값이 들어간다. 뽀이는 지금 조금 더 행복할까?뽀이는 아마도.

결과적으로 뽀이는 설사가 멈췄고 장 알레르기도 아니었다. 여전히 지가 싼 똥을 뛰어다니느라 밟기는 하지만 예전처럼은 아니다. 예전엔 밍키랑 같이 밟고 돌아다녔고 설사이기도 했으니까.

뽀이 견사에 들어가기 꺼렸던 봉사자분들도 이제는 뽀이와 놀아주고, 공도 던져주고(제법 잘 물고 온다. 사냥개는 사냥개인 모양) 사진과 영상도 많이 찍어서 인스타에 올려주신다.

누나랑 줄 산책하는 뽀이, 기분이가 조크든요 (제주 한림쉼터 / 유기견보호소)
뽀이를 예뻐하는 누나랑 줄 산책 다녀왔어요. 격한 반응의 강아지, 뽀이는 귀염둥이랍니다120여마리의 유기견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제주의 한림쉼터입니다.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hallim_animal_shelter/유튜브 : https://www.y…

뽀이는 여지까지의 견생 중에 지금이 조금은 더 행복할까? 여전히 유기견이고 쉼터 견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이 조금은 더 행복할까?

나는 가끔 생각한다. 한림쉼터 유기견들의 행복에 대하여. 버려져 배 곪고 다쳐서 아팠던 그때보다 그래도 쉼터 안에서 굶지 않고 매일 산책하고 사람들과 놀 수 있는 지금이 더 낫다고 생각할까?

그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우리의 행복에 대해서 말이다. 너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한 그런 삶을 만들어보고 싶다. 개들만 행복한 것도 아니고, 사람만 행복한 것도 아닌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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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쉼터

홍난영

동물보호단체 '(사)제제프렌즈' 대표입니다. 제주 한림쉼터(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