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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개를 위한 견사 분리

홍난영
홍난영
- 8분 걸림 -

한림쉼터엔 크게 견사 영역이 둘로 나뉘어 있다. 우리는 그걸 견사A, 견사B라 부른다. 견사A는 한림쉼터가 만들어지면서 처음 견사들이 지어져 유기견을 보호하던 영역이고 견사B는 구조한 유기견들이 늘어나면서 새롭게 조성한 영역이다.

2023년 3월 현재 한림쉼터 구조

처음에는 보호하는 애들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테니 큰 견사에 여러 아이를 함께 생활하도록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서로 싸우는 애들이 생기면서 견사를 늘리며 2~3마리씩 분리를 했던 것 같다. 사실 2022년 이전의 한림쉼터의 운영이 어땠는지는 잘 모른다. 그저 1년에 몇 번 봉사하러 갔을 뿐이고 가끔 사료와 치료비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리더를 맡던 2022년 4월에도 큰 견사에 여러 마리가 함께 생활하는 견사가 몇 군데 있었다. 그때는 견사를 더 지으면 관리가 어려워질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삐용이네. 한 견사에 10마리가 함께 생활한다

물론 견사가 늘어날수록 들락날락하며 밥물똥을 하는 횟수가 늘어나니 봉사는 더 어렵다. 하지만 큰 견사에 여러 마리가 같이 생활하는 곳일수록 사람 손을 덜 타는 애들이 많았다. 견사가 넓다 보니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애를 잡으려고 해도 어려웠다. 이러저리 도망 다녔고 평상 아래, 컨테이너 아래에 숨어버리면 도리가 없었다.

특히나 여러 마리가 같이 있는 곳에는 소외되는 애들이 한두 마리씩은 꼭 있었다. 사람 학교를 생각하면 쉽겠다. 요즘은 한 학급의 인원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소외당하는 애들은 있다. 강아지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애들은 매일 기죽어 살아야 했고 일상이 숨어지내는 것인지라 사람도 피해 다녔다.

그래선 예방약도 먹이기 힘들었다. 그래도 심장사상충 예방약이나 기생충 약은 간식에 넣어주면 와서 받아먹긴 하는데 목덜미에 발라야 하는 외부기생충 예방약은 참 어려웠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견사를 분리하자. 최대 3마리는 넘진 말자. 견사를 추가로 지으려 하니 공간이 부족했다. 그때 내 눈에 보이던 것이 언덕. 견사B 쪽엔 큰(?)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그걸 부셔 평탄화하면 견사를 더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부분은 ‘포크레인, 더 큰 포크레인, 그리고 덤프트럭’ 부분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포크레인, 더 큰 포크레인, 그리고 덤프트럭
한림쉼터 견사B엔 언덕이 하나 있었다. 있었다, 라고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지금은 없어졌기 때문. 우선 예전 한림쉼터는 차가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다. 견사B 앞에 3~4대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 공간이 있었고 그 뒤로 대문이 하나 있고 약간의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견사들이 주르르 있었다. 견사들이 막고 있으니 차가 들어올 수

어쨌든 언덕을 부수고 평평하게 만든 후 견사를 더 지었다. 봉사자분이 애써주셨다. 그리고 애들을 분산시키기 시작했다.

봉사자분들이 지어주신 견사

7마리가 함께 살던 견사B쪽의 한 견사에서 소외당하던 3마리를 빼서 새 견사로 이동시켰다. 처음에는 안 들어가려고 해서 애를 먹었는데 일단 들어가니 평온을 찾은 것 같았다. 산책을 시켜도 산책 후 잘 들어가더란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의 손길을 더 받으려고 다가온다. 그동안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다른 애들에게 치여 앞으로 오지 못했던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숨기 바빴던 그 애들은 이제 쓰다듬어 달라고 다가온다. 쉼터 리더를 맡은 후 1년 만에 제대로 만져봤던 애도 있다. 흰순이와 아리아. 좀처럼 다가오지 않던 아이들.

분리한 아이들(흰순이, 빽돌이, 아리아)

견사A에는 그런 견사가 몇 군데 더 있다. 공간이 부족해 당장은 분리가 어렵다. 아니, 공간이 부족하진 않지만, 견사 안에 큰 컨테이너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견사A쪽엔 차량 진입이 어려운 상태라(사실 견사B도 차량이 못 들어가는 구조였는데 1년 동안 구조를 바꾸고 쌓여있던 쓰레기를 처리하여 가능해졌다) 컨테이너를 빼지 못하고 있어 당장 견사 구조를 바꾸긴 쉽지 않다.

하지만 견사 분리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견사B쪽에 견사를 더 많이 만들어 A쪽 애들은 임시로 옮기고 조금씩 조금씩 구조를 변경하는 게 좋겠다. 물론... 그 전에 경매에 넘어간 땅을 해결해야 하지만. 이 부분도 따로 이야기하겠다.

앞으로는 견사B의 견사들에 있는 평상을 치워버릴까 생각 중이다. 소장님은 평상에 그렇게 욕심을 내셨다는데... 아마도 그 밑에 들어가서 쉬거나 혹은 소외당하는 애들이 그곳에 숨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차양막을 쳤으니 그늘이 생겨 평상 밑에 들어가 쉴 이유도 없고 견사 분리를 하면 소외당하는 애들이 없을 테니 숨을 필요도 없다. 오히려 숨을 구석을 주면 계속 숨고 피하려고 하니 예방약 등을 발라주지 못하고 필요할 때 병원에 데려가기도 어렵다.

평상 밑에 숨어있는 흰순이, 아리아, 빽돌이(봉사자 촬영)

사람 손을 잘 타면 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리고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결국 그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사람과 잘 지내야 입양 가서도 잘 살 수 있을 테니.

개들끼리만 산다면 자기들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살려면 그들도 적응해야 하고 우리도 잘 관리해 줘야 한다. 이게 서로 노력해야 할 공존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사람도 태어나 본성 그대로 살게 한다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가 없다. 교육을 받아야 하고 예의를 배워야 한다. 사회성도 길러야 함께 살 수 있다. 개들도 똑같다. 교육하고 사람 손 타게 하는 게 꼭 개의 본성을 억압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하지만 학대를 통해 교육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조금씩 변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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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쉼터

홍난영

동물보호단체 '(사)제제프렌즈' 대표입니다. 제주 한림쉼터(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