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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레인, 더 큰 포크레인, 그리고 덤프트럭

홍난영
홍난영
- 6분 걸림 -

한림쉼터 견사B엔 언덕이 하나 있었다. 있었다, 라고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지금은 없어졌기 때문.

우선 예전 한림쉼터는 차가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다. 견사B 앞에 3~4대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 공간이 있었고 그 뒤로 대문이 하나 있고 약간의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견사들이 주르르 있었다. 견사들이 막고 있으니 차가 들어올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견사 안쪽엔 개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따로 견사가 없이 살았다.

그리고 저 안쪽엔 어마어마한 이불더미가 있었다. 그것도 차량 진입을 막고 있었다. 없는 살림인지라 소장님이 언젠가 잔뜩 후원받은 이불인 것 같은데 보관장소가 여의찮아 밖에 방치된 상태였다.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불더미는 비가 오면 맞고, 해가 뜨면 마르고를 반복해서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차가 들어오기 위해선 주차장 쪽의 견사를 해체해서 옮겨야 했고, 견사를 옮기려면 이불더미들을 치워야 했다. 그런데 차가 못 들어오니 이불더미들을 일일이 사람 손으로 옮겨야했으니..! 첩첩산중이었다.

책 <유기견을 입양하고 인생이 바뀌었습니다>에서 밝혔듯 봉사자들이 그 이불더미를 일일이 옮겨 몇 트럭을 갖다 버렸다. 때마침 청소 일주일 전에 태풍이 불어 이불은 잔뜩 비를 머금고 있어 무게가 어마어마했고 말린다고 말렸으나 그 양이 많아 도저히 다 말릴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불더미를 다 버렸고 주차장 쪽의 견사는 이불더미가 있던 곳으로 이동했다. 돌아다니던 개들은 다 견사에 넣었고 중간에 펜스를 쳐 두 군데서 각각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차가 들어올 수 있었다. 중간 펜스만 살짝 빼두면 말이다. 하지만 대문의 크기가 엄청나게 크진 않아서 들어올 수 있는 포크레인은 중형 정도 되었다. 첫날은 소각장으로 쓰던 곳을 없앴고, 강아지들이 산책하는 소위 ‘운동장’을 평탄화했다. 그리고 대망의 언덕을 부수는데...!

난 그 언덕이 흙과 돌로 구성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일이니. 다 돌이었다. 겉만 흙이었고 속은 다 돌덩이들이 있다. 대문을 부수지 않고 들어올 수 있었던 포크레인으로는 그 돌을 부술 수 없었다. 일단 철수.

방법은 하나였다. 포기하거나 더 큰 포크레인은 부르거나. 이번 공사를 도움을 주신 원사장님의 의견은 대문을 부수자였다. 대문을 부수고, 언덕을 부수고, 나온 돌들은 덤프트럭으로 나르고, 다시 대문을 만든다. 이것이 계획이었다.

아, 포크레인. 누군가는 웃긴다고 하겠지만 나에겐 첫 포크레인이었다. 어찌 됐든 포크레인을 불러서 공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이었다. 그런데 더 큰 포크레인에 덤프트럭? 와, 이건 또 다른 세계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해보아요~


다시 공사가 시작되었다. 더 큰 포크레인은 하루 만에 돌 언덕을 부쉈고 덤프트럭은 쉼터에 들어올 때 흙은 한 트럭 싣고 와서 나갈 때는 돌을 실어 나갔다. 돌이 어찌나 많던지 반나절은 걸린 것 같다. 더 큰 포크레인 기사님은 심지어 내게 이런 말도 하셨다.

“트럭을 왜 쪼끄만 걸 불렀어요?”

와... 나에겐 덤프트럭도 엄청나게 큰 트럭인데... ‘더 큰 트럭도 있어요?’ 질문한 내가 부끄러웠다. 있지 왜 없어. 생각을 못 했을 뿐.

흙이 모자라 다음 날 흙을 더 사 와 돌 언덕을 부순 자리에 뿌리고 다졌다. 그렇게 우리에겐 큰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 위에 견사를 더 지을 수 있었다.

내 인생에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은 없을 줄 알았다. 도로에서나 볼 줄 알았던 그들. 앞으로는 컨테이너를 들어 올릴 크레인도 부를 것 같다. 뭔가 되게 큰 사람이 된 기분이다. 덩치가 크니 나도 커진 느낌. 웃긴다.

컴퓨터 앞에서 글이나 끄적이던 내가 이제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혼자서는 아직 힘들고 협력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몸은 힘들지만, 기대되는 부분도 없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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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쉼터

홍난영

동물보호단체 '(사)제제프렌즈' 대표입니다. 제주 한림쉼터(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