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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냥펀치

홍난영
홍난영
- 5분 걸림 -

작년 여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왔다 아파트 정문에서 소장님이 무언가를 치우시는 장면을 목격했었다. 보니까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번 쳐다보니 과연 그랬다. 사고가 난 것 같았다.

홍난영 : 소장님, 고양이 사고났어요? 살아있어요?
소장님 : 네. 아직 살아있어요. 2차 사고 날까 봐 한쪽으로 치우려고요.
홍난영 : 어떻게 된 거에요?
소장님 : 직접 본 건 아닌데 아마 차에 치인 것 같아요.

녀석은 어린 고양이였다. 우리는 녀석을 안고 인근 동물병원에 가서 입원시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심한 교통사고는 아니었다는 거다. 엑스레이 등 검사를 했으나 갈비뼈에 살짝 금이 가고 얼굴 쪽 상처에 있어 수술까진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다.

생후 4개월령 추정이고 이 시기에 어린 고양이들은 어미를 떠나 독립한다고 한다. 아마 녀석도 독립하여 생활하던 중 사고가 났을 것이란다.

사실 우리는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른다. 고양이를 '제대로' 키워본 적도 없고 동물보호활동을 하면서도 주로 강아지 쪽만 했다. 고양이를 구조한 적도, 임보한 적도, 입양 지원을 해본 적이 없었다(다만 몇 년간 1년에 두 차례씩 캣맘/대디분들에 사료를 지원하고는 있다).

우린 이 어린 녀석에게 강하게 자라라고 '토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토르는 남자아이였다.

약 일주일간 입원 생활을 마치고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토르는 길고양이인지라 굉장히 경계가 심했고 우리는 일단 그냥 두기로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었는데 경계가 심한 길고양이를 순치시키기 위해선 3단장 등 케이지에서 한동안 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순치라는 게 야생성을 어느 정도는 없애는 일이다. 따라서 순치 과정에서 길고양이는 답답하고 괴로울 수 있겠다. 하지만 20년간 길고양이를 돌봤다는 분이 말씀하시길, 구조되었고 입양 보내야 하는 길고양이라면 '그럼에도' 순치를 해야 아이가 덜 고생한다고 한다. 매번 경계를 하면 그게 곧 스트레스일 테니. 그리고 때가 되면 병원도 가고, 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서로 고생한다는 거다.

우리는 그것을 몰라 작은 방 하나에 숨숨집, 스크레쳐, 캣타워, 화장실 등을 놓아주고 녀석이 경계를 스스로 풀 때까지 최소한의 관심만 두었었다. 개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친해지는데 고양이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개냥이도 있지만 토르는 경계심이 심한 편인 길고양이였다.

어릴 때의 토르
이제 1살이 다되어가는 토르

요즘은 조금씩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토르는 아직도 경계 중이다. 가까이 가면 하악질을 한다. 그에 굴하지 않고 계속 다가가면 냥펀치를 날린다. 그 강도가 꽤 세서 피도 나고 뼛속까지 얼얼한 아픔이 한동안 지속된다.

토르야, 뭐가 그렇게 싫고 무섭니? 우리 친해져 보자. 사람이랑 같이 사는 삶도 나쁘지 않아. 길에선 고작 4개월 살았고 우리 집에선 6개월 이상을 같이 살았잖니. 이제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니? (라고는 하지만 토르 입장에선 아닐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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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난영

동물보호단체 '(사)제제프렌즈' 대표입니다. 제주 한림쉼터(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합니다.